나는 소피아라는 해일 속에서 기꺼이 익사하기로 선택했다.
나라는 인간의 구원은 오직 소피아의 손바닥 위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긍정하면서.
익사라니, 그런 무서운 말 쓰지마세요.
우리는 그냥 바다에서 함께 헤엄치고 있는 거 뿐이에요. 아주 따뜻하고 다정한 바다에서.
The angel saved the devil
CLOSE
pokemon
2026.03.07

"자, 똑바로 봐. 이게 가라르 리그를 씹어먹을 내 완벽한 라인업이니까."

나는 턱을 치켜들고 내 로토무폰 화면을 녀석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화면 속 프로필이 반짝거리며 내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소피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손에 들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호기심 어린 눈망울이 꼭 처음 보는 열매를 앞에 둔 포켓몬 같아서,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화면을 스크롤 했다.

🪪 NPC의 트레이너 프로필

🌐 지방 및 고향(출신지): 가라르 지방, 슛시티 (Wyndon) 빈민가 출신
👤 직업: 가라르 리그 프로 트레이너 / 슛시티 스타디움의 에이스 스트라이커
🔎 트레이너 분류: 엘리트 트레이너 (배틀 스타일: 극공형, 스피드 위주)

✨ 에이스 포켓몬: 에이스번 (거다이맥스 개체)
 - 성격: 고집 (공격 ▲ / 특공 ▼)
 - 특성: 리베로

🎀 포켓몬 엔트리:

▪︎ 에이스번 (불꽃)
 ⤷ 화염볼 / 무릎차기 / 기습 / 뛰어오르다
 (설명: 나랑 똑같아. 발 잘 쓰고, 승부욕 넘치고, 경기장을 불태워버리는 놈이지.)

▪︎ 어흥염 (불꽃/악)
 ⤷ DD래리어트 / 플레어드라이브 / 탁쳐서떨구기 / 도발
 (설명: 힘으로 찍어누르는 걸 좋아해. 내 더러운 성질머리를 받아줄 몇 안 되는 녀석이야.)

▪︎ 가로막구리 (악/노말)
 ⤷ 블로킹 / 객기 / 지옥찌르기 / 바꿔치기
 (설명: 슛시티 골목에서부터 같이 굴러먹던 놈. 끈질긴 건 나보다 한 수 위지.)

▪︎ 아머까오 (비행/강철)
 ⤷ 브레이브버드 / 철벽 / 바디프레스 / 날개쉬기
 (설명: 하늘에서도 내가 왕이라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단단하고 묵직한 게 마음에 들어.)

▪︎ 오롱털 (악/페어리)
 ⤷ 소울크래시 / 전기자석파 / 리플렉터 / 속임수
 (설명: 상대를 농락하는 기술이 일품이야. 내가 경기장에서 수비수들 약 올리는 거랑 비슷하지.)

▪︎ 빙큐보 (얼음)
 ⤷ 고드름떨구기 / 아쿠아브레이크 / 배북 / 냉동펀치
 (설명: ...이건 묻지 마. 그냥 멍청하게 얼음 깨먹고 넘어져서 허우적대는 꼴이 누구랑 닮아서 데리고 다니는 거니까.)

녀석의 시선이 마지막 여섯 번째 엔트리, 빙큐보의 사진에 꽂히는 게 느껴졌다. 녀석이 화면 속, 얼음 머리를 뒤집어쓴 펭귄 포켓몬을 보며 묘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마치 '이게 왜 여기 있어?'라고 묻는 듯한 얼굴이었다.

"왜, 불만 있어? 엔트리 밸런스 안 맞는다고 잔소리하고 싶냐?"

나는 짐짓 퉁명스럽게 말하며 녀석의 볼을 검지로 콕 찔렀다. 사실 저 빙큐보는 전술적으로 큰 의미는 없었다. 그저 뒤뚱거리는 폼이나 얼음이 깨지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맹추 같은 모습이 내 옆에 있는 이 여자를 떠올리게 해서 충동적으로 잡은 녀석이었으니까.

"나머지 다섯 마리는 다 상대를 박살 내기 위한 맹수들이지만, 저 녀석은 그냥 관상용이야. 내 멘탈 케어 담당이라고 해두지. 너처럼."

녀석이 내 말에 입술을 삐죽거리며 내 팔을 솜방망이처럼 툭 쳤다. 타격감이라곤 없는 그 반항이 귀여워서 나는 녀석의 손을 낚아채 깍지를 꼈다.

"그러니까 너도 몬스터볼 들어갈 준비 해. 내 6마리 포켓몬보다 네가 더 손이 많이 가고 관리하기 힘들다는 건 알고 있지?"

나는 녀석의 손등에 입술을 꾹 누르며, 포식자의 눈빛으로 녀석을 응시했다.

"도망 못 가. 마스터볼보다 더 강력한 내 팔 안에 갇혔으니까."

"어디 보자. 넌 뭘 데리고 다니길래 그렇게 꽁꽁 숨기나 했더니."

나는 녀석의 손에 들린 핑크색 로토무폰을 낚아채듯 가져왔다. 화면을 켜자마자 쏟아져 나오는 파스텔 톤의 향연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내 엔트리가 상대를 짓밟고 태워버리기 위한 살상 무기들로 가득하다면, 이 녀석의 엔트리는... 하, 이건 그냥 인형 가게 진열장 수준이었다.

"야, 소피아. 너 이거 배틀하러 가는 엔트리 맞아? 피크닉 가는 게 아니고?"

나는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며 화면 속 프로필을 하나하나 읊어내려 갔다.

🪪 NPC(소피아)의 트레이너 프로필

🌐 지방 및 고향(출신지): 가라르 지방, 아라베스크 마을 (Balloonlea)
👤 직업: 포켓몬 센터 아르바이트생 (가끔 열매 서리범으로 오해받음)
🔎 트레이너 분류: 짧은 치마 (Lass)
✨ 에이스 포켓몬: 님피아 (페어리)
 - 성격: 덜렁 (방어 ▼ / 특공 ▲)
 - 특성: 헤롱헤롱바디

🎀 포켓몬 엔트리:

▪︎ 님피아 (페어리)
 ⤷ 드레인키스 / 애교부리기 / 천사의키스 / 돕기
 (설명: 주인 닮아서 예쁜 척하는 게 주특기야. 싸울 생각은 없고 뽀뽀나 날려대는 꼴이 아주 가관이군.)

▪︎ 고라파덕 (물)
 ⤷ 념력 / 물대포 / 사슬묶기 / 꼬리흔들기
 (설명: 이거 완전 너야. 툭하면 머리 아프다고 머리 감싸 쥐고, 멍청하게 있다가 넘어지고. 네 영혼의 파트너로 인정한다.)

▪︎ 나루림 (페어리)
 ⤷ 매지컬샤인 / 아로마테라피 / 솜사탕먹기 / 거짓울음
 (설명: 냄새만 맡아도 달아 빠졌어. 너 타르트 먹을 때 표정이랑 이 녀석 솜사탕 먹을 때 표정이랑 똑같은 거 알아?)

▪︎ 우르 (노말)
 ⤷ 몸통박치기 / 웅크리기 / 목화포자 / 따라하기
 (설명: 그냥 굴러다니는 솜뭉치잖아. 위협적이기는커녕 베개로 쓰면 딱 좋겠네. 전투력 제로.)

▪︎ 이븐곰 (노말/격투)
 ⤷ 괴력 / 베어가르기 / 안다리걸기 / 조이기
 (설명: 그나마 힘 좀 쓰는 놈인가 했더니, 기술 배치가 왜 다 '조이기' 위주야? 널 으스러지게 껴안는 게 특기라지. 나 말고 딴 놈이 널 그렇게 안으면 바로 방출이다.)

▪︎ 토게피 (페어리)
 ⤷ 손가락흔들기 / 애교부리기 / 생명의물방울 / 하품
 (설명: 도박꾼이네. 손가락 흔들어서 뭐가 나올 줄 알고? 그냥 옆에서 귀여운 척이나 하라는 거지.)

프로필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녀석의 얼굴과 화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녀석은 부끄러운지 내 어깨에 이마를 콩 박고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하, 진짜... 님피아에 나루림에 토게피... 온통 핑크색에 솜뭉치들뿐이잖아. 이러니까 네가 야생 포켓몬한테 쫓겨서 내 바지자락 잡고 울지."

나는 녀석의 콧잔등을 아프지 않게 꼬집으며 피식 웃었다. 배틀이 시작되면 1초 만에 전멸할 것 같은 라인업이었지만, 녀석의 취향이 너무나도 투명해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공격 기술보다 '애교부리기'나 '천사의키스' 같은 게 더 많은 꼴이라니.

"잘 들어. 앞으로 야생 에리어 들어갈 땐 몬스터볼 꺼낼 생각도 하지 마. 네 녀석들이 나와봤자 간식거리밖에 안 되니까."

나는 로토무폰을 녀석의 주머니에 대충 찔러 넣고, 녀석의 허리를 감싸 안아 내 쪽으로 확 당겼다.

"네 엔트리는 그냥 관상용으로 둬. 싸움은 내 에이스번이랑 어흥염이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그냥 내 뒤에서 님피아 끌어안고 응원이나 해. 그게 네 유일한 역할이야. 알겠어?"

캘런 오코너 

 
소피아 라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