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수면의 나락에서 나를 끌어올린 건, 아주 미세하고도 하찮은 타격감이었다.
콩. 콩. 콩. 콩.
단단한 내 이마 위로 무언가 일정한 박자를 그리며 부딪혀 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인가 싶었지만, 그것 치고는 꽤 집요했고 무엇보다 실내였다. 미간을 얕게 찌푸리며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리자,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펜트하우스 안방의 익숙한 천장이 아니라 잔뜩 심통이 난 둥근 얼굴 하나가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내가 입혀둔 거대한 네이비색 티셔츠 자락에 파묻힌 채로, 녀석이 맑은 청록색 눈동자를 매섭게 치켜뜨고 나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야무지게 쥔 하얀 두 주먹을 번갈아 내밀며 내 이마를 콩콩콩콩 때리는 그 앙증맞은 반항의 주체는 다름 아닌 나의 예쁜 펭귄, 소피아 라일리였다.
"뭐 하냐, 아침부터."
잠겨서 짐승처럼 긁혀 나오는 낮고 거친 목소리로 묻자, 녀석은 타격을 멈추지 않고 도톰한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뭐 하냐고요? 지금 거울 한 번 볼래요, 캘런?! 제 이마 좀 보라고요!"
녀석의 억울함이 잔뜩 묻어나는 외침에, 나는 여전히 누운 채로 시선을 살짝 올려 녀석의 이마를 살폈다. 보송한 금발이 흩어진 동그란 이마 한가운데에, 아주 옅게 붉어지며 살짝 부어오른 혹 하나가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순간, 간밤의 흐릿했던 기억들이 핏속을 타고 빠르게 역류했다.
어젯밤 이 거대하고 푹신한 킹사이즈 침대 위에서 나는 평소보다 훨씬 더 이성을 잃고 짐승처럼 몰아붙였었다. 녀석의 달콤한 바닐라 향기와 내 목에 매달려 헐떡이는 목소리에 눈이 뒤집혀서, 녀석이 침대 위로 끝없이 밀려 올라가는 것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분명 중간중간 녀석의 둥근 정수리가 단단한 원목 침대 헤드에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던 것 같은데. "캘런, 머리 아파요, 잠깐만요," 하고 울먹이는 녀석의 애원을 내 입술로 삼켜버리며 오히려 더 거칠게 허리를 짓눌렀던 나의 오만하고 이기적인 행적들이 이제야 머릿속에 명확하게 떠올랐다.
나는 기어이 턱관절을 허물며 시원한 헛웃음을 터뜨렸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거친 몸싸움을 벌이는 거구의 스트라이커에게, 고작 이 하찮은 솜방망이 주먹으로 복수하겠다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내 이마를 두드리고 있는 꼴이라니. 기가 막히게 사랑스럽고 어이가 없어서 흉곽 안쪽이 속절없이 간지러워졌다.
나는 내 이마를 향해 다시 날아오던 녀석의 여린 두 손목을 비어 있는 커다란 한 손으로 아주 가볍게 낚아챘다. 거친 지문 안으로 부드러운 살결이 빈틈없이 잡히자, 녀석은 놀란 듯 얇은 어깨를 움츠리면서도 여전히 눈에 힘을 주고 나를 흘겨보았다.
"복수를 하려면 어디서 주방 프라이팬이라도 하나 들고 오든가. 이딴 솜방망이로 때려봐야 모기 물린 것보다 간지러운데."
"간지러워요?! 저는 어제 밤새도록 머리를 박아서 지금 뇌진탕 걸린 것 같은데! 캘런이 제 말 하나도 안 듣고 계속, 계속 밀어붙여서...!"
간밤의 노골적인 상황을 입 밖으로 꺼내려다 스스로 부끄러워졌는지, 녀석의 뺨이 순식간에 복숭아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뒷말을 삼키며 씩씩거리는 그 무방비한 얼굴이 내 지독한 가학심과 애정을 동시에 찌르고 들어왔다.
"그러게 내가 내 목 꽉 끌어안고 떨어지지 말라고 했잖아. 네가 힘이 풀려서 위로 자꾸 도망가니까 헤드에 부딪힌 거 아냐."
나의 뻔뻔하고 능글맞은 책임 전가에 녀석은 맑은 청록색 눈동자를 커다랗게 키우며 경악했다.
"어떻게 그걸 제 탓으로 돌려요!"
빽 소리를 지르며 얽어맨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녀석의 얇은 허리를, 나는 남은 한 팔로 덥석 감싸 안았다. 내 단단한 측면 근육 쪽으로 녀석의 가녀린 체구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품 안에서 바둥거리는 녀석의 몸을 내 넓은 가슴팍 위로 완전히 끌어올려 단단하게 가둬버렸다. 맨살에 가까운 따뜻한 체온이 맞닿자, 녀석은 억울함을 호소하던 것도 잊은 채 내 가슴 근육 위에서 얕은숨을 헐떡였다.
나는 상체를 살짝 일으켜, 녀석의 동그란 이마 위로 솟아오른 그 앙증맞은 혹 위로 아주 짙고 다정한 입맞춤을 꾹 내리눌렀다. 입술에 닿는 말랑한 피부의 감촉에 입꼬리가 저절로 길게 늘어났다.
"알았어, 알았어. 이 오빠가 이성 잃고 짐승처럼 군 거 인정할 테니까 그만 노려봐. 눈알 빠지겠다."
나는 녀석의 이마에 입술을 붙인 채로 나직하게 속삭이며, 녀석의 얇은 등허리를 거친 손바닥으로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대신 혹 들어갈 때까지 내가 하루 종일 여기다 뽀뽀해 줄 테니까, 복수는 이걸로 퉁치자."
내 짙은 입맞춤이 닿은 이마 부근에서부터 녀석의 체온이 급격하게 달아오르는 기척이 입술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침부터 앙갚음을 하겠다며 단호하게 치켜떴던 맑은 청록색 눈동자는 어느새 시선을 잃고 내 넓은 어깨 부근을 방황하고 있었다. 거대한 네이비색 티셔츠 목깃 안으로 붉게 익은 뺨을 푹 파묻으며 어떻게든 나의 시선을 피해 보려는 그 무방비한 도피에, 나는 기어이 참지 못하고 시원한 웃음을 터뜨렸다.
"치사하게 자꾸 그런 식으로 무마하려고 하지 마요, 캘런."
내 가슴 근육 위를 짚고 있던 하얀 손가락에 아주 얕은 힘을 주어 밀어내며 녀석이 불평을 토해냈다. 나름대로 원망을 담아 보낸 목소리였지만, 그조차도 내게는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귓바퀴를 적실 뿐이었다. 나는 녀석을 내 품에서 떼어내 주기는커녕, 가녀린 등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에 묵직한 하중을 실어 내 단단한 골반 쪽으로 그 체구를 빈틈없이 끌어당겼다. 맨살에 가까운 따뜻한 열기가 서로에게 완벽하게 겹쳐 들자 녀석은 더 이상의 밀어냄을 포기하고 온순하게 얕은숨을 뱉어냈다.
"무마라니. 명백한 가해자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피해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헌신이자 의료 서비스 중인데. 아프다며."
나는 녀석의 동그란 콧잔등 위로 다시금 입술을 꾹 내리누르며 아주 능글맞고 나직한 음성을 흘려보냈다.
"아직 의학적으로 정식 승인을 받진 못했지만, 캘런 오코너의 입술에는 아주 강력한 마취 성분이 들어있을지도 모르지. 내 체온이 닿을 때마다 네 온 신경이 내 쪽으로 완전히 쏠려서, 이마에 난 조그만 혹이 욱신거리는 것쯤은 새카맣게 잊어버리게 될 테니까. 이보다 더 확실하고 완벽한 진통제가 어디 있어."
나의 뻔뻔하고 거창한 억지에 녀석은 어이가 없다는 듯 도톰한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하지만 내가 녀석의 말랑한 뺨을 거친 지문으로 다정하게 감싸 쥐고 시선을 집요하게 얽어매자, 녀석은 더 반박하지 못한 채 내 가슴팍으로 완전히 고개를 뉘어버렸다. 눈매를 부드럽게 늘어뜨린 채 나의 억지스러운 애정 공세에 고스란히 항복을 선언하는 그 하찮고 귀여운 태도가 흉곽 안쪽을 사정없이 긁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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