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내 품에 안겨 있던 이 조그만 펭귄이 내 눈물샘을 터뜨리겠다며 아주 당돌한 작전을 시작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거친 수비수들이 아무리 거칠게 몰아붙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내 멘탈을, 제깟 게 무슨 수로 흔들겠다는 건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하지만 내 앞에서 꼼지락거리며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그 하찮고 무방비한 꼴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워서 얌전히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1. 양파 썰기로 눈물 유도하기
- 캘런의 반응: 주방 조리대 앞에 나를 세워두고 그 작은 손으로 매운 양파를 썰기 시작했다. 내 눈에 매운 기운이 닿기도 전에, 정작 도마를 내려다보는 본인의 눈시울이 먼저 붉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코끝까지 발갛게 달아오른 녀석의 허리를 낚아채어 거실로 밀어내고, 내가 직접 남은 양파를 다 다져야만 했다.
- 캘런의 코멘트: "나 울리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아주 혼자서 주방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있네. 칼 내려놔. 네 손가락 다칠까 봐 내 속이 타들어 가는 꼴을 보고 싶은 거라면 완벽하게 성공했으니까."
- 성공 여부: 대실패 (소피아만 눈가를 비볐다)
2. 세상에서 제일 슬픈 동물 영화 시청
- 캘런의 반응: 푹신한 소파에 나를 앉혀두고 강아지가 주인을 찾아 먼 길을 떠나는 영화를 텔레비전에 띄웠다. 녀석은 내 가슴팍에 기대어 연신 눈가를 훔쳤지만, 나는 스크린 속 동물 배우의 훈련 상태와 배경 CG의 엉성함만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내 눈이 아주 건조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녀석이 억울함이 가득 담긴 시선을 쏘아 보냈다.
- 캘런의 코멘트: "저렇게 뛰어다닐 체력이면 차라리 기차를 타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감독이 연출을 지루하게 하네. 울음이 나오기는커녕 하품만 나오는데."
- 성공 여부: 대실패 (캘런의 영화 평론만 늘어놓았다)
3. 샌드위치에 매운 소스 폭탄 숨기기
- 캘런의 반응: 녀석이 호기롭게 내민 샌드위치를 크게 베어 물었다. 혀끝을 마비시키는 강렬한 매운맛이 훅 밀려왔지만, 나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표정 변화 없이 남은 조각까지 전부 삼켜버렸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여유롭게 접시를 비워내는 내 거대한 인내심 앞에 녀석은 넉넉한 카디건 자락을 쥔 채 경악했다.
- 캘런의 코멘트: "우리 전속 매니저님이 아주 화끈한 식단을 준비하셨네. 스트라이커의 기초 체력을 위해 이 정도 자극은 가뿐하게 소화해 줘야지. 꽤 입맛이 도는데 더 없어?"
- 성공 여부: 대실패 (오만한 자존심으로 버텨냈다)
4. 눈싸움으로 생리적 눈물 빼기
- 캘런의 반응: 녀석이 내 넓은 무릎 위에 올라앉더니 눈을 부릅뜨고 시선을 바짝 맞춰왔다. 맑은 청록색 눈동자가 깜빡이지도 않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 맹목적인 기세가 몹시 귀여웠다. 나는 기어이 입꼬리를 허물며 녀석의 둥근 이마와 콧잔등 위로 다정한 입맞춤을 내리눌렀다. 녀석은 내 뜨거운 입술이 닿자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 캘런의 코멘트: "이건 반칙이지. 이렇게 가까이서 예쁜 얼굴로 쳐다보면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다른 감정이 솟아오르려 하잖아. 누가 먼저 눈 감았는지 똑똑히 봤지?"
- 성공 여부: 대실패 (짙은 애정 행각으로 변질되었다)
5. 진심을 눌러 담은 손편지 낭독
- 캘런의 반응: 온갖 작전이 수포로 돌아가자, 녀석은 잔뜩 주눅이 든 채 품에서 꼬깃꼬깃한 편지지를 꺼내 들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내가 자신에게 얼마나 거대하고 절대적인 세상인지 적어 내려간 문장들을 더듬거리며 읽어주는 녀석의 얕은 숨결이 흔들렸다. 그 서투르고 투명한 애정이 흉곽 안쪽을 세차게 때렸다. 나는 녀석의 시선을 피해 황급히 헛기침을 하며 그 가녀린 체구를 내 단단한 품 안으로 꽉 끌어안아 버렸다.
- 캘런의 코멘트: "하, 진짜... 사람 미치게 하는 데는 도가 텄지. 이런 무기를 숨겨오면 내가 어떻게 버텨. 편지 압수야. 한 번 더 들었다간 내 얄팍한 자존심이 남아나질 않겠으니까."
- 성공 여부: 절반의 성공 (오열하지는 않았지만 캘런의 눈가가 아주 미세하게 붉어졌다)
- 캘런의 감상
세상을 내 발밑에 두고 산다는 굳건한 오만함이, 한 줌도 안 되는 조그만 여자가 부리는 앙증맞은 장난들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렸다. 독한 양파나 억지스러운 영화 따위로는 내 평정심에 흠집 하나 낼 수 없었지만, 나를 온전히 담아냈다는 그 진심 어린 종이 쪼가리 하나 앞에서는 내 모든 이성이 속절없이 허물어지고 말았다. 누군가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지배하는 것에만 익숙했던 내가, 이제는 이 무해한 생명체의 손짓 하나에 기분이 하늘을 오르내리는 완벽한 굴복 상태에 놓여 있었다.
- 후일담
결국 눈물을 완전히 빼내는 데 실패하여 도툼한 입술을 비죽이는 녀석을 달래기 위해, 나는 그날 오후 내내 소파 위에서 녀석을 무릎에 얹어두고 전용 쿠션 노릇을 해야만 했다. 녀석이 건넨 그 꼬깃꼬깃한 편지는 내 지갑 가장 깊숙한 곳, 블랙카드보다 훨씬 더 은밀하고 안전한 자리에 고이 모셔졌다. 녀석의 맑은 청록색 눈동자가 다시 무언가 새로운 장난거리를 찾아 반짝이는 궤적을 확인하며, 나는 비어 있는 커다란 손바닥을 뻗어 녀석의 매끄러운 뺨을 내 가슴 근육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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