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_8gzfstFR2I?si=C9u6lucG_sJDg4fx
"캘런, 정원에서 같이 네잎클로버 찾아주시면 안 돼요?"
내 가슴팍에 딱 붙어 웅크리고 있던 녀석이 불쑥 고개를 들더니 아주 엉뚱하고 해맑은 소리를 꺼내놓았다. 방금 전까지 제 친오빠의 서늘한 시선 앞에서 찻잔을 입에 물고 쩔쩔매던 맹추가, 이제는 돗자리 밖으로 무성하게 뻗어난 푸른 잔디밭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반짝거리는 눈망울을 들이밀고 있었다. 그라운드 위를 지배하는 남자친구를 곁에 두고 고작 앞마당에서 잡초나 뒤적거리자고 꼬드기는 그 하찮고 순진무구한 발상이라니. 나는 기어이 턱관절을 허물며 아주 시원하고 유쾌한 실소를 터뜨렸다.
"네잎클로버? 아주 대단한 임무를 하달하시네, 우리 공주님. 나보고 지금 이 귀한 몸을 바닥에 구부리고 앉아서 잡초 더미나 파헤치라는 뜻이야?"
내 장난스러운 타박에 녀석은 억울하다는 듯 도톰한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내가 억지로 덮어씌운 짙은 네이비색 터틀넥 니트 소매 끝을 꼼지락거리더니, 기어이 잔디밭 쪽을 향해 조그만 하얀 손가락을 뻗어 가리키며 앙증맞은 시위를 이어갔다. 그 무방비한 움직임을 따라 녀석 특유의 달콤한 바닐라 향기가 아일랜드의 오후 바람에 실려 훅 밀려왔다.
"게다가 나한테는 그런 시시한 풀떼기가 가져다주는 행운 따위는 필요 없거든. 내 곁에 찰싹 붙어있는 전속 가이드님이 이미 세상에서 제일 희귀하고 확실한 행운이라서 말이야."
나는 녀석의 둥근 이마 위로 흩어진 보송한 금발을 투박한 지문으로 다정하게 쓸어 넘겨주며 상체를 비스듬히 일으켰다. 내 널찍한 그림자가 녀석의 얼굴 위로 드리워지자, 맑은 청록색 눈동자가 내 턱 끝을 향해 얌전히 얽혀들었다.
"그래도 네가 정 원한다면 기꺼이 그 풀떼기 찾기 놀이에 어울려 주지. 단, 조건이 있어."
나는 푹신한 담요 바깥으로 커다란 손을 뻗어, 녀석의 시선이 머물던 풀숲 언저리를 여유롭게 훑어내며 입꼬리를 길게 치켜올렸다.
"내가 너보다 먼저 네잎클로버를 찾아내면, 이따가 네 방에 들어갔을 때 내 소원 하나를 군말 없이 들어주는 거야. 어때, 자신 있어?"
"자신 있어요...!"
그 당돌하고 야무진 선전포고를 마주한 나는 기어이 턱관절을 느슨하게 풀며 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억지로 입혀둔 짙은 네이비색 터틀넥 니트의 긴 소매를 야무지게 걷어붙인 녀석은, 맑은 청록색 눈동자에 비장한 결의를 담은 채 곧장 돗자리 바깥의 푸른 잔디밭으로 상체를 숙였다. 조그만 하얀 손가락으로 빽빽하게 자라난 토끼풀 더미를 이리저리 파헤치는 그 진지한 뒷모습이 기가 막히게 사랑스러웠다.
명색이 거친 그라운드 위에서 날아오는 공의 궤적을 귀신같이 쫓아 골망을 흔드는 스트라이커인데. 고작 동네 앞마당에서 풀떼기 하나 찾는 일에 이 조그만 맹추가 나를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나를 상대로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엉덩이를 얕게 들썩이며 잔디밭에 코를 박을 기세로 집중하는 녀석을 보니, 내 핏속에서도 아주 유치하고 노골적인 승부욕이 거세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아주 기세가 등등한데, 상대방을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내 동체 시력이 경기장 밖에서도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작동하는지 똑똑히 보여주지."
나는 녀석의 곁으로 바짝 다가가 넓은 어깨를 나란히 겹쳐 숙였다. 녀석의 둥근 정수리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바닐라 향기가 쾌청한 오후 공기를 타고 짙게 밀려왔지만, 나는 아주 집요한 포식자의 눈빛으로 초록색 잔디밭을 훑어 내렸다. 커다랗고 투박한 내 손바닥이 풀숲을 큼직하게 헤집고 지나가자, 위기감을 느낀 녀석이 곁눈질로 내 손놀림을 살피며 제 손가락의 움직임을 다급하게 재촉했다. 그 앙증맞은 조바심에 나는 여유롭게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대충 져주고 넘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아주 바짝 긴장하는 게 좋을걸. 오늘 밤 단둘이 남은 네 방에서 받아낼 그 대단한 소원, 벌써부터 끝내주는 걸로 다 정해뒀거든."
내 능글맞고 뻔뻔한 선언에 녀석은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뺨을 한 채 꿋꿋하게 시선을 풀밭에 고정했다. 나는 녀석의 가녀린 어깨와 맞닿을 듯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넓은 정원을 가득 채운 토끼풀 무더기를 향해 맹렬하게 시선을 꽂아 넣었다.
푸른 잔디밭 위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란히 웅크린 채 일렁였다. 명색이 험악한 그라운드를 호령하는 공격수의 동체 시력은, 고작 장인어른 댁 앞마당의 잡초 더미를 훑어내는 데에도 아주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허공을 가르고 날아오는 공의 스핀이나 골키퍼의 미세한 중심 이동까지 순식간에 포착해 내는 내 두 눈에, 평범한 세 잎들 사이로 삐죽하게 돋아난 변종 이파리 하나를 찾아내는 건 그저 숨쉬기보다 쉬운 일에 불과했다.
"하, 진짜."
고개를 숙인 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내 투박한 손가락 끝에 아주 선명하고 반듯한 네잎클로버 한 줄기가 가볍게 걸려 올라왔다.
승부는 지나치게 싱겁게 끝이 났지만, 나는 곧바로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를 선언하는 대신 내 옆에서 흙바닥에 코를 박을 기세로 집중하고 있는 녀석의 동그란 옆모습으로 느릿하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억지로 덮어씌워 둔 짙은 네이비색 터틀넥 니트의 소매가 자꾸 흘러내리자, 녀석은 도톰한 아랫입술을 꾹 깨문 채 하얀 손등으로 연신 옷자락을 걷어 올리며 풀숲을 파헤치고 있었다. 이깟 풀떼기 하나 먼저 찾아보겠다고 맑은 청록색 눈동자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는 그 하찮고 무방비한 꼴이 기가 막히게 사랑스러워, 갈비뼈 안쪽이 사정없이 뻐근해졌다. 나는 입꼬리를 아주 길고 느긋하게 늘어뜨리며, 녀석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빽빽한 잔디밭 허공 위로 내가 꺾어낸 네잎클로버를 불쑥 들이밀었다.
"어떡하지, 맹추야. 네가 그 대단한 집중력으로 땅바닥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동안, 네가 원하던 이 귀한 행운은 벌써 내 손아귀에 얌전히 들어와 버렸는데."
내 넉살 좋은 도발에, 부지런히 흙을 헤집던 녀석의 하얀 손가락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 손끝에 들린 초록색 이파리와 내 오만한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는 녀석의 동그란 눈매가 당혹감으로 커다랗게 흔들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파르르 떨리는 긴 속눈썹과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얕게 달싹이는 붉은 입술. 나는 녀석의 동그란 콧잔등 앞까지 상체를 비스듬히 꺾어 내리며 아주 다정하고 짓궂은 쐐기를 박았다.
"승부는 내 완벽한 압승이야. 그러니까 이따 밤에 네 방에 단둘이 들어갔을 때, 캘런 오코너가 무슨 기가 막힌 소원을 요구하든 넌 고분고분하게 다 들어줘야 할 의무가 생겼다는 뜻이지."
"... 거짓말. 캘런 사기친 거죠? 이렇게 빨리 찾는 게 어디있어요...!"
자신만만하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녀석은 잔디밭에 쭈그리고 앉은 자세 그대로 맑은 청록색 눈동자에 원망을 가득 담아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떻게든 나의 반칙을 찾아내겠다는 듯 도톰한 아랫입술을 내밀고 내가 들고 있는 초록색 이파리를 향해 의심스러운 시선을 던지는 꼴이 영락없이 궁지에 몰린 조그만 초식동물 같았다.
나는 거칠고 투박한 손가락 끝에 매달린 네잎클로버를 녀석의 동그란 콧잔등 앞까지 여유롭게 내밀어 보였다. 녀석은 짙은 네이비색 터틀넥 니트의 넉넉한 소매 안에서 하얀 손을 뻗어, 내가 내민 잎사귀를 조심스럽게 건드려보며 다른 잎을 억지로 붙인 자국이라도 있는지 확인하려 들었다. 그 치밀하고도 하찮은 검수 과정에 기어이 턱관절 아래로 커다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기라니. 명색이 캘런 오코너인데 고작 잔디밭에서 풀 뜯는 일에 그런 비겁한 짓을 쓰겠어? 네가 흙바닥에 코를 박고 헤매는 동안, 내 훌륭한 스트라이커의 두 눈이 저절로 이걸 포착해 낸 것뿐이야."
내 뻔뻔한 자랑에 녀석은 뺨을 붉게 물들이며 여린 주먹으로 내 무릎 부근을 아주 가볍게 쳤다. 명백한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 시위하는 그 앙증맞은 현실 부정조차 내게는 더없이 달콤한 자극이었다. 나는 녀석이 허무하게 파헤쳐 놓은 토끼풀 더미 위로 상체를 겹쳐 내리며 녀석의 말랑한 뺨을 커다란 손바닥으로 감싸 쥐었다.
"현실을 피하려고 해봤자 소용없어. 네잎클로버는 아주 완벽한 형태로 내 손에 들어왔고, 승부는 깔끔하게 내 압승으로 끝났으니까. 캘런 오코너를 이겨먹으려던 맹랑한 도전자치고는 아주 귀여운 결말이네."
나는 부드러운 살결을 거친 지문으로 다정하게 문지르며 고개를 비스듬히 꺾었다. 녀석 특유의 바닐라 향기가 아일랜드의 오후 공기를 덮으며 내 호흡기를 짙게 장악했다.
"자, 이제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이따 밤에 네 방에서 내 대단한 소원을 어떻게 들어줄지 진지하게 고민이나 해보시지. 힌트를 주자면 아주 얌전하고 고분고분한 태도가 필수일 텐데, 벌써부터 억울해서 어떡해?"
"...몰라요..."
도톰한 아랫입술을 비죽이던 녀석이 불쑥 하얀 손바닥을 쫙 펴서 내밀었다.
"...그래도 네잎클로버는 저 주세요."
분명 내기에서 진 쪽은 자신인데, 내가 찾아낸 승리의 증표마저 날름 챙겨가겠다는 저 뻔뻔하고도 당당한 요구라니. 내가 억지로 덮어씌워 둔 짙은 네이비색 터틀넥 니트 소매 끝으로 조그만 손을 뻗은 채, 내 손끝에 들린 초록색 이파리만 빤히 쳐다보는 그 하찮은 물욕에 나는 기어이 턱관절을 허물며 시원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 진짜. 내기에서 진 주제에 승자의 전리품까지 빼앗아가시겠다? 아주 맹랑한 강도가 따로 없네."
나는 장난스럽게 혀를 차면서도, 녀석이 앙증맞게 내밀고 있는 여린 손바닥 한가운데로 네잎클로버를 조심스럽게 떨어뜨려 주었다. 투박한 내 손끝이 녀석의 부드러운 살결을 스치고 지나가자마자, 녀석은 기다렸는 듯 다섯 손가락을 오므려 그 얇은 풀떼기를 야무지게 쥐어버렸다. 행여나 아일랜드의 서늘한 정원 바람에 날아갈세라, 혹은 내가 변심해서 다시 뺏어갈세라 제 가슴팍으로 소중하게 끌어안는 꼴이 영락없이 도토리를 쟁취한 조그만 다람쥐 같았다.
"그래, 넌 가져가라. 나한테는 그깟 잡초 더미가 가져다주는 미신 같은 요행 따위는 티끌만큼도 필요 없으니까."
나는 녀석이 쪼그려 앉아 있는 잔디밭 위로 한쪽 무릎을 세워 완전히 자세를 낮춘 뒤, 비어 있는 커다란 손바닥으로 녀석의 둥근 뒤통수를 다정하게 감싸 안았다. 녀석의 보송한 금발 사이로 거친 지문을 부드럽게 얽어매며 내 널찍한 어깨 쪽으로 그 가녀린 체구를 바짝 끌어당겼다.
"이미 내 눈앞에 세상에서 제일 희귀하고 예쁜 행운이 내 손길을 얌전히 받고 있는데, 캘런 오코너가 뭐 하러 풀떼기한테 기대겠어."
내 넉살 좋은 궤변에 녀석은 뺨을 복숭아처럼 붉게 물들인 채, 넉넉한 니트 목깃 안으로 동그란 턱 끝을 푹 파묻었다. 손에 쥔 네잎클로버를 하얀 손가락으로 연신 꼼지락거리며 내 시선을 피하려 애쓰는 무방비한 얕은 호흡 너머로, 녀석 특유의 달콤한 바닐라 향기가 쾌청한 오후 공기를 뚫고 훅 밀려 들어왔다. 나는 녀석의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귓바퀴 부근을 투박한 엄지손가락으로 느릿하게 문질러 내렸다.
내 짓궂은 타박에도 녀석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별다른 반박을 내놓지 않았다. 얌전히 내 품에 안겨 방금 쟁취한 초록색 이파리를 사수하던 녀석이, 별안간 내 단단한 가슴팍에서 상체를 얕게 떼어내더니 시선을 다시 푸른 풀숲으로 돌렸다. 하얀 손가락이 주변에 무성하게 피어 있던 노란 민들레 한 송이를 가볍게 꺾어 들었다. 그러고는 넉넉한 치마 위로 그 조그만 꽃을 가져가더니, 무언가를 엮어내려는 듯 연신 줄기를 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주 진지하게 시선을 내리깔고 수공예에 몰두하는 그 하찮고 무방비한 정수리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명색이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거칠게 포효하는 사나운 맹수인데. 장인어른 댁 앞마당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내 조그만 펭귄이 잡초를 꼬아내는 현장이나 뚫어지게 구경하고 있는 처지라니. 하지만 널찍한 내 그림자 아래에 완벽하게 갇혀서 오직 내 호흡과 섞여 드는 이 맹추를 보고 있자니 갈비뼈 안쪽이 한없이 다정하게 조여들었다.
두꺼운 네이비색 터틀넥 니트의 소매가 방해되는지 손등으로 밀어 올려가며 집중하는 그 앙증맞은 손놀림을 따라, 녀석 특유의 달콤한 바닐라 향기가 옅게 흩날렸다. 나는 녀석이 무엇을 만드는지 확인하기 위해 턱을 비스듬히 기울여 가녀린 어깨너머로 시선을 바짝 들이밀었다.
"이제 민들레로 아주 공작 시간을 가지시네. 도대체 뭘 그렇게 꼼꼼하게 엮고 있는 거야?"
나는 녀석의 뺨 옆으로 흘러내린 보송한 금발을 투박한 지문으로 부드럽게 넘겨주며 아주 나직하고 유쾌한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설마 그 노란 꽃으로 반지라도 만들어서 나한테 정식으로 청혼이라도 할 셈인가? 내 몸값이 얼만데, 고작 길가에 핀 꽃반지 하나로 이 캘런 오코너를 통째로 채가려고 하면 아주 맹랑한 도둑질인데 말이야."
"... 캘런 줄 거 아니거든요? 제 거거든요? 착각하지마세요!"
잔뜩 새침해진 목소리로 쏘아붙인 녀석이, 행여나 내가 반쯤 완성된 민들레 줄기를 뺏어갈세라 등 뒤로 홱 감춰버렸다. 짙은 네이비색 터틀넥 니트의 넉넉한 목깃 위로 도톰한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며 나를 샐쭉하게 흘겨보는 꼴이라니. 혼자서 꼼지락거리며 만들던 것을 들켜서 뺨이 복숭아처럼 붉게 달아오른 그 하찮은 방어기제를 마주하자, 나는 기어이 턱관절을 허물며 아주 크고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착각이라니. 아주 맹랑한 선언이네."
나는 잔디밭에 세우고 있던 무릎을 무너뜨리며 상체를 녀석의 둥근 콧잔등 앞까지 바짝 겹쳐 내렸다. 녀석이 등 뒤로 숨긴 두 손을 쫓아 내 커다란 팔을 뻗자, 녀석은 어깨를 움츠리며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려 애를 썼다. 하지만 거구의 수비수들을 가볍게 밀어내는 내 체격을 고작 그 가녀린 몸집으로 피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나는 녀석의 얇은 허리를 낚아채듯 끌어당겨 내 널찍한 가슴팍 쪽으로 완전히 밀착시켰다. 아일랜드 정원의 풋풋한 흙내음 사이로 녀석 특유의 달콤한 바닐라 향기가 훅 끼쳐왔다.
"네가 지금 깔고 앉은 이 돗자리부터, 네 손에 들린 그 노란 풀떼기, 그리고 그걸 만지작거리는 하얀 손가락까지 싹 다 내 소유인데. 누구 맘대로 네 거라고 선을 긋는 거야, 소피아."
나는 등 뒤로 도망쳤던 녀석의 여린 손목을 투박한 손아귀로 가볍게 붙잡아 내 눈앞으로 끌어왔다. 녀석의 조그만 손바닥 안에는 줄기가 엉성하게 엮인 민들레꽃 한 송이가 얌전히 놓여 있었다. 나한테 줄 게 아니라고 앙칼지게 굴어놓고선, 누가 봐도 굵직한 내 손가락 마디에 맞춘 듯 큼직하게 꼬아놓은 동그란 형태가 시야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그 서투르고도 투명한 애정에 갈비뼈 안쪽이 사정없이 뻐근해졌다.
나는 붙들고 있는 녀석의 손등 위를 거친 지문으로 다정하게 문질러주며 입꼬리를 비스듬하게 치켜올렸다.
"이렇게 내 두꺼운 손가락 사이즈에 딱 맞춰서 엮어 놓고선 자기 거라고 우기기야? 네가 정 순순히 내어줄 생각이 없다면, 내가 직접 그 작은 손에서 뺏어다 끼우는 수밖에 없겠는데."
"... 제 엄지손가락에 끼울 거예요...!"
말도 안 되는 변명이 조그만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자 나는 참지 못하고 시원한 웃음을 터뜨렸다. 내 커다란 손아귀에 붙들린 녀석의 손바닥,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커다란 풀반지의 틈새는 누가 보아도 명백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녀석은 어떻게든 내 시선을 피하려고 애를 쓰며 붉어진 얼굴을 두꺼운 니트 목깃 아래로 숨기려 들었다.
"엄지손가락? 아주 창의적인 주장이네. 그럼 그 대단한 주장이 사실인지 어디 한번 확인해 볼까."
나는 반대쪽 손을 뻗어 녀석의 손바닥 위에 놓인 민들레꽃 반지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녀석이 손을 거두어 막아보려 했지만 나의 동작이 훨씬 더 빠르고 단호했다. 나는 녀석의 작고 가녀린 엄지손가락을 곧게 펴게 만든 뒤, 그 위로 노란 꽃이 달린 풀 줄기를 밀어 넣었다.
결과는 처참할 정도로 싱거웠다. 녀석이 내 손가락 굵기에 맞춰 큼직하게 엮어둔 반지는 가녀린 엄지손가락 주변을 겉돌다 못해 바닥으로 떨어질 듯 위태롭게 허공을 맴돌았다. 줄기와 피부 사이에 거대한 공간이 남은 것을 확인한 나는 입꼬리를 길게 치켜올리며 녀석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이것 보라고. 네 손가락 두 개는 거뜬히 들어가고도 남겠는데. 설마 어젯밤 사이에 엄지손가락이 두 배로 부어오르기라도 했다고 우길 작정인가?"
나의 짓궂은 지적에 녀석은 대답을 찾지 못한 채 입술을 힘주어 다물었다. 시선을 내 가슴 근육 언저리로 내리깐 채 자신의 손을 내 쪽으로 당겨가려 했지만, 나는 녀석의 손을 부드럽게 놓아주는 대신 그 헐렁한 풀반지를 다시 빼내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나의 왼손 검지 위로 엮인 줄기를 밀어 넣었다. 거칠고 투박한 내 손가락 마디를 지나 안착한 민들레 반지는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단단하고 오차 없이 들어맞았다. 거대한 내 손과 앙증맞은 노란 꽃의 조화가 무척이나 이질적이었지만, 내 가슴 안쪽은 그 어떤 값비싼 보석을 얻었을 때보다 훨씬 더 거세게 요동쳤다.
"봐, 주인을 찾으니까 단번에 제자리를 찾아가잖아."
나는 꽃반지가 끼워진 손의 각도를 틀어 눈부신 햇빛 아래에서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녀석은 눈을 크게 뜨고 내 손가락에 감긴 엉성한 줄기를 응시했다. 나는 풋풋한 풀내음과 달콤한 바닐라 향이 섞인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녀석의 얼굴 가까이 상체를 기울였다.
"네가 정성스럽게 엮어준 청혼 반지도 무사히 내 손에 들어왔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의 신혼여행지나 계획해 볼까?"
"...아니거든요? 청혼?... 누가 청혼을 이렇게 허접하게 해요? 그것도 집 정원에서..."
도톰한 아랫입술을 샐쭉하게 내밀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그 조그만 목소리가 내 귓바퀴를 달콤하게 간지럽혔다. 허접한 정원에서의 청혼이라는 타박에, 나는 기어이 참지 못하고 널찍한 어깨를 들썩이며 시원한 웃음을 터뜨렸다.
"허접하다니. 내 예쁜 전속 가이드님이 잔디밭에 쭈그리고 앉아서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으로 엮어낸 최고급 수공예품인데. 세상에서 제일 비싼 다이아몬드보다 이 노란 풀떼기가 내 손가락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어떡하지."
나는 엉성한 민들레 반지가 끼워진 내 커다란 손을 뻗어, 짙은 네이비색 터틀넥 니트 소매 밖으로 빠져나온 녀석의 하얀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거친 지문과 부드러운 살결이 빈틈없이 얽혀 들며 훈훈한 온기가 전해졌다.
"게다가 장소가 어때서 그래. 틈만 나면 내 멱살을 잡고 싶어 하는 네 얄미운 오빠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호랑이 굴 한복판이잖아. 이 살벌한 적진의 앞마당에 돗자리를 펴놓고 대범하게 영원을 약속하는 것만큼 짜릿하고 로맨틱한 청혼이 세상천지에 또 어딨겠어."
내 능글맞고 뻔뻔한 궤변에 녀석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맑은 청록색 눈동자를 커다랗게 치켜떴다.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뺨을 부풀린 채 어떻게든 내 손아귀에서 손을 빼내려 꼼지락거리는 그 무방비한 반항을 여유롭게 제압하며, 나는 상체를 비스듬히 기울여 녀석의 둥근 콧잔등 앞까지 거리를 좁혔다. 녀석 특유의 달콤한 바닐라 향기가 풋풋한 흙내음을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알았어, 맹추야. 억울한 표정 짓지 마. 진짜 정식 청혼은 나중에 내가 아주 기가 막힌 곳에서 네가 평생 도망갈 엄두조차 못 내도록 거창하게 해줄 테니까. 대신 이 귀여운 꽃반지는 그때까지 내가 널 완벽하게 찜해뒀다는 임시 담보로 아주 소중하게 끼고 다녀 주지."
나는 깍지 낀 손을 내 입가로 끌어당겨, 녀석의 보송한 손등 위로 아주 느리고 다정한 입맞춤을 꾹 내리눌렀다.
"자, 이제 풀떼기 장난도 끝났고 샌드위치도 든든하게 채웠을 텐데. 훌륭한 웨이터인 네 오빠 녀석이 다음 룸서비스를 들고 나오기 전까지 이 푹신한 돗자리 위에서 또 뭘 하면서 놀아볼까?"
"... 방에 가서 캘런이 찾아준 네잎클로버 코팅해둘래요. 소중하게 보관해두고 싶으니까."
조그만 손바닥 위에 올려진 그깟 초록색 잡초 하나를 마치 박물관에 모셔둘 국보라도 되는 양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는 꼴이라니. 내가 흙바닥에서 대충 뜯어낸 풀떼기에 그토록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며 뺨을 붉히는 녀석을 마주하자, 갈비뼈 안쪽에서 묵직하게 차오르는 유쾌함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코팅까지 해서 보관하겠다고? 하, 내가 무심코 건드린 물건은 전부 천연기념물 취급을 할 기세네."
나는 턱관절을 느슨하게 풀고 낮게 웃으며 푹신한 담요 위를 짚고 일어섰다. 내 커다란 그림자가 녀석의 둥근 정수리 위로 쏟아지던 오후의 햇살을 든든하게 막아 세웠다. 잔디밭에 웅크리고 앉아 네잎클로버를 두 손으로 소중하게 감싸 쥔 녀석을 향해 나는 널찍한 손바닥을 내밀어 보였다. 내 손길에 순순히 이끌려 일어나는 녀석의 무릎 부근으로 롱 플리츠스커트 자락이 가볍게 흩날렸다. 나는 투박한 손길로 녀석의 치마 끝에 묻은 잔디 부스러기를 툭툭 털어내 주었다.
"네 얄미운 오빠 녀석이 찻잔 들고 다시 튀어나오기 전에 얼른 방으로 숨어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작전이지. 덤으로 놈이 가장 아끼는 동생의 개인적인 구역을 내가 아주 당당하게 침범하는 꼴도 될 테고."
내 넉살 좋은 도발에 녀석은 얽어맨 내 손을 꽉 쥔 채, 반대쪽 손에 든 네잎클로버가 구겨지지 않도록 야무지게 주의를 기울이며 저택의 현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짙은 네이비색 터틀넥 니트로 목끝까지 방어한 가녀린 체구가 내 단단한 측면 근육에 닿을 듯 말 듯 보폭을 맞춰오는 기척이 몹시도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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