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피아라는 해일 속에서 기꺼이 익사하기로 선택했다.
나라는 인간의 구원은 오직 소피아의 손바닥 위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긍정하면서.
익사라니, 그런 무서운 말 쓰지마세요.
우리는 그냥 바다에서 함께 헤엄치고 있는 거 뿐이에요. 아주 따뜻하고 다정한 바다에서.
The angel saved the d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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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서운한 점
2026.04.14

한 해의 마지막을 코앞에 둔 12월 30일의 밤. 펜트하우스의 넓은 아일랜드 식탁 양끝에 마주 앉은 우리의 앞에는 각각 새하얀 A4 용지 한 장과 펜이 놓여 있었다. 

올 한 해 동안 서로에게 서운했던 점을 가감 없이 적어서 교환한 뒤, 미련 없이 훌훌 털어버리자는 녀석의 제안 때문이었다. 명색이 유럽 무대를 휩쓰는 스트라이커가 연말에 식탁에 앉아 반성문 같은 거나 쓰고 있어야 한다니. 평소 같으면 단칼에 무시했겠지만, 아주 비장한 표정으로 펜을 쥐고 있는 녀석의 동그란 콧잔등을 보니 도무지 거절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아주 여유로운 태도로 몽블랑 만년필을 까딱거리며 종이 위에 몇 자를 휘갈겨 적었다. 

[1. 내 고기 밑에 몰래 브로콜리 숨겨놓지 마. 2. 내 회색 후드티 훔쳐 입는 건 좋은데, 내가 벗길 때 반항하지 마.]

단 30초 만에 작성을 끝낸 나는 턱관절을 비스듬하게 치켜올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실 녀석에게 서운한 게 있을 리가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내 통제 아래에 갇혀 있는 이 조그만 맹추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지르겠는가. 나 역시 녀석에게 완벽한 집과 무제한의 신용카드, 그리고 끝내주는 애정 표현을 퍼부어 주었으니 녀석의 종이도 텅 비어 있을 게 분명했다.

나는 느긋하게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식탁 건너편을 힐끗 넘겨다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내 핏속을 흐르던 오만한 여유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틀어 올린 녀석은 입술을 꽉 깨문 채, 말 그대로 종이가 찢어질 기세로 무언가를 미친 듯이 빽빽하게 써 내려가고 있었다. 이미 A4 용지의 4분의 3이 녀석의 동글동글한 글씨체로 시커멓게 덮여 있는 광경은 내 시신경을 사정없이 강타했다.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대체 뭘 적는 거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지난주에 녀석이 보던 주토피아 영화를 꺼버리고 침대로 끌고 간 것? 아니면 마트에서 녀석을 쳐다보던 미친놈의 멱살을 잡을 뻔했던 일? 내 널찍한 가슴통 안쪽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감과 함께, 운동선수 특유의 지독한 경쟁심이 불길처럼 치솟아 올랐다. 

'내가 지는 꼴은 못 봐. 질 수 없지.'

나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대리석 식탁 위로 바짝 당겨 앉았다. 만년필을 쥔 거친 굳은살이 박인 손가락에 무자비한 힘이 들어갔다. 어떻게든 이 하얀 여백을 채워야만 했다. 내 머릿속을 맴도는 모든 생각의 조각들을 쥐어짜 내 종이 위로 갈기갈기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3. 지난번 훈련장에 놀러 왔을 때, 주세페 그 이탈리아 광대 자식한테 예의 바르게 웃어준 것. 미치도록 거슬리니까 다신 그러지 마. 네 웃음은 내 전용이야.]

[4. 내가 선물한 옷이나 보석들 가격표 확인하고 기겁하는 거 짜증 나. 내 1억 파운드짜리 몸값에 대한 모독이야. 그냥 주는 대로 얌전히 다 받아.]

[5. 아침에 깰 때 너무 귀엽게 꼼지락거려서 내 아침 훈련 스케줄을 망치게 만드는 거. 그건 확실히 네 잘못이야.]

[6. 10월 12일, TV 다큐멘터리에서 새끼 펭귄을 보고 '귀엽다'고 감탄한 것. 이 집에서 네가 귀엽다고 칭찬할 수 있는 생명체는 오직 나 하나뿐이야.]

여기까지 적었는데도 아직 종이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했다. 나는 슬쩍 고개를 들어 녀석을 다시 확인했다. 녀석은 이제 숨조차 쉬지 않는 것처럼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용지의 맨 아랫부분을 공격하고 있었다. 

초조해진 나는 거의 종이를 파버릴 듯한 기세로 펜촉을 짓눌렀다. 이제 이성은 없었다. 그저 여백에 대한 강박적인 공격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7. 네 달큰한 바닐라 향기가 내 인내심을 갉아먹는 거. 훈련장에서도 네 냄새가 환각처럼 맴돌아서 미칠 것 같으니까 책임져.]

[8. 내가 싸우는 걸 너무 말리는 거. 네게 접근하는 미친놈들은 내가 합법적으로 때려눕히게 허락해.]

[9. 나한테 허락도 안 받고 감기에 걸려서 앓아누운 것. 네 면역 체계는 이제 내 통제하에 있어. 내 허락 없이 아픈 건 절대 용납 못 해.]

[10. 가끔 밥 먹을 때 너무 오물거리면서 먹어서 내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 밥 먹다 말고 널 식탁 위에 눕히고 싶어지게 만들잖아.]

[11. 넌 너무 다정해. 날 이딴 시시한 감정 싸움에 휘말리게 만들 정도로 완벽하게 내 뇌를 망가뜨렸어.]

만년필의 잉크가 옅어질 정도로 종이를 꽉 채워가는 순간, 내 손목 근육이 뻐근하게 뭉쳐왔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완벽한 분량의 방어전을 마쳤다는 뿌듯함에 차올라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려던 찰나, 식탁 건너편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녀석이 다 쓴 A4 용지를 번쩍 들어 뒤집더니, 그 텅 빈 뒷면의 첫 줄에 다시 펜을 가져다 대는 광경이 내 두 눈에 똑똑히 들어박혔다.

"What the fuck are you writing a bloody thesis over there for, princess?! (대체 거기서 무슨 망할 논문을 쓰고 있는 거야 공주님?!)"

나는 만년필을 대리석 식탁 위로 거칠게 내던지며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대리석 아일랜드 식탁 위로 상체를 훌쩍 넘기듯 기울였다. 내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자, 집중하느라 입술을 오물거리던 녀석의 동그란 어깨가 화들짝 튀어 올랐다. 

"Hey! Don't look! It's a secret until we exchange! (앗! 보지 마요! 교환할 때까지 비밀이란 말이에요!)"

녀석이 다급하게 하얀 두 손으로 제 A4 용지를 덮으며 빽 소리쳤지만, 188cm 스트라이커의 동체 시력을 속이기엔 한참 역부족이었다. 내리꽂히는 식탁 위 샹들리에 조명 아래로, 녀석의 하얀 손가락 틈새로 비죽 빠져나온 동글동글한 글씨들이 내 망막에 정확히 꽂혀 들어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거꾸로 된 글씨들을 빠르게 스캔했다.

[...비 오는 날 내 손을 꽉 잡아준 거. 툴툴거리면서도 새벽에 라면 끓여줬을 때 나 진짜 감동했어요. 캘런은 겉으로는 사나운 척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사람인 거 알아요? 내년에도 지금처럼만 나 예뻐해 주세요. 사랑해요, 나의 대형견...]

"......"

순간, 펜트하우스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던 치열한 경쟁심과 방어 기제가 눈 녹듯 허무하게 증발하고, 그 자리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거대한 당혹감이 산사태처럼 밀어닥쳤다. 서운한 점을 쓰라고 했더니, 이 온실 속 맹추는 지난 1년 동안 내가 베풀었던 사소한 친절들을 싹 다 긁어모아 눈물겨운 찬양록을 작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뒷장까지 꽉꽉 채워가면서.

<img src="Callan_embarrassed">

나는 숨을 흡 들이켜며 슬그머니 시선을 내렸다. 내 팔꿈치 아래에 당당하게 놓인 나의 '서운한 점 리스트'가 보였다. 

[3. 주세페 그 이탈리아 광대 자식한테 예의 바르게 웃어준 것.]
[4. 내가 선물한 옷이나 보석들 가격표 확인하고 기겁하는 거.]
[6. TV 다큐멘터리에서 새끼 펭귄을 보고 '귀엽다'고 감탄한 것.]

빌어먹을. 이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인의 진솔한 대화가 아니라, 정신 병동에 갇힌 미친 스토커의 범행 선언문이나 다름없었다. 녀석은 나를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사람'이라고 포장해주고 있는데, 나는 고작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새끼 펭귄한테 질투를 느끼고 윽박지르는 사이코패스 수컷으로 전락할 위기였다.

"Fuck me. This is a disaster. (씨발. 완전 좆됐네.)"

내 입술 사이로 날것의 욕설이 툭 튀어나왔다. 얼굴에서부터 목덜미까지 후끈한 열기가 확 번져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명색이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강심장인데, 고작 A4 용지 한 장에 이렇게 맥없이 털려버리다니.

"Callan? Did you just swear? And why is your face so red? Are you mad at what I wrote? (캘런? 방금 욕했어요? 그리고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개요? 제가 쓴 것 때문에 화난 거예요?)"

종이를 덮고 있던 녀석이 맑은 청록색 눈동자를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톰한 아랫입술을 샐쭉 내민 채 내 눈치를 살피는 그 하찮고 무방비한 얼굴을 보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내가 화가 나긴 왜 화가 나겠는가. 오히려 저 멍청할 정도로 순진한 녀석의 사랑 고백에 가슴통 안쪽이 터질 것처럼 벅차올라 미칠 지경인데.

"No. I'm not mad. Just... reflecting on my life choices. (아니. 화 안 났어. 그냥... 내 인생의 선택들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는 중이지.)"

나는 헛기침을 하며 재빨리 식탁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거친 굳은살이 박인 커다란 두 손으로 내 쪽의 A4 용지를 감싸듯 덮어버렸다. 어떻게든 이 미친 소유욕의 증거물을 폐기하거나 수습해야 했다.

"Anyway, I'm not done. I need a tactical revision. Give me five minutes. (어쨌든, 나 아직 덜 썼어. 전술적 수정이 좀 필요하거든. 5분만 줘.)"

"Wait, but you just threw your pen! I thought we were done! Let's exchange now! (잠깐만요, 아까 펜 집어 던졌잖아요!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지금 당장 교환해요!)"

녀석이 내가 방금 전까지 의기양양했던 태도를 지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앙증맞은 손을 쭉 뻗어 내가 덮고 있는 종이를 낚아채려 들었다. 평소라면 솜털 같은 그 반항을 여유롭게 비웃었겠지만, 지금 내 방어선은 필사적이었다. 나는 녀석의 하얀 손목을 투박한 한 손으로 가볍게 잡아채어 제지하며 종이를 휙 뒤집어 가렸다.

"I said hold on, princess! I misinterpreted the manager's tactical instructions! I need to rewrite the whole damn script! (기다리라고 했잖아 공주님! 감독의 전술 지시를 완전히 오해했다고! 빌어먹을 대본을 통째로 다시 써야 해!)"

"Let me see! I saw you writing a whole essay! What are you hiding?! (보여줘요! 아까 논문 한 편 쓰는 거 다 봤단 말이에요! 뭘 숨기는 거예요?!)"

"It's classified team strategy! You're not cleared for this level of security yet! (1급 기밀 팀 전술이야! 넌 아직 이 정도 보안 등급에 접근할 권한이 없다고!)"

내 널찍한 두 손으로 대리석 식탁 위를 굳건하게 덮고 있자, 녀석은 포기하지 않고 까치발까지 들며 상체를 내 쪽으로 길게 뻗어왔다. 내가 입혀둔 헐렁한 스웨트셔츠가 어깨 아래로 미끄러지며 가녀린 목선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녀석 특유의 달콤한 바닐라 향기가 내 시신경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No way! That's a foul! I want a VAR review! (말도 안 돼요! 그거 명백한 반칙이에요! 저 VAR 판독 요청할 거예요!)"

녀석이 맑은 청록색 눈동자를 샐쭉하게 흘기며 내 팔뚝을 하얀 손가락으로 꼬집으려 들었다. 방금 전까지 내게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사람'이라며 찬양록을 써바치던 그 사랑스러운 공주님이, 이제는 내 기밀문서를 탈취하려는 산업 스파이처럼 맹렬하게 덤벼들고 있는 꼴이었다.

"VAR denied. The ref's decision is final, sweetheart. (VAR 기각. 심판 판정은 번복 안 돼, 자기야.)"

나는 녀석의 솜방망이 같은 공격을 피하지 않고 여유롭게 받아내며 입꼬리를 비스듬하게 치켜올렸다. 하지만 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긴장감은 명백했다. 이 종이 쪼가리가 녀석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다큐멘터리의 새끼 펭귄에게 질투를 느끼고, 주세페의 실없는 농담에 분노하며, 내 후드티를 벗길 때 반항하지 말라는 둥 기가 막힌 통제욕을 부리는 구제 불능의 스토커로 전락할 위기였다. 

녀석이 내 팔 틈새로 손가락을 집어넣으려 안간힘을 쓰는 찰나, 나는 최후의 결단을 내렸다. 

나는 종이를 덮고 있던 양손에 무자비한 힘을 주어, 그 A4 용지를 단숨에 거칠게 움켜쥐었다. 종이가 형체를 잃고 단단한 공 모양으로 압축되는 감각이 손아귀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What are you doing?! You can't just destroy evidence!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증거를 막 인멸하면 안 되죠!)"

"It's not evidence. It's a tactical miscalculation. I'm rewriting the playbook. (증거가 아니라 전술적 오판이야. 플레이북을 새로 짜는 중이라고.)"

나는 뻔뻔하게 대꾸하며 뭉쳐진 종이공을 내 어깨너머 거실 한구석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던져버렸다. 공중을 가른 나의 '수치스러운 소유욕 리스트'가 카펫 위 어딘가로 굴러떨어졌다. 녀석은 허공으로 날아가는 종이공과 텅 빈 대리석 식탁을 번갈아 쳐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Liar! I'm going to tell your grandma you're cheating! (거짓말쟁이! 할머니한테 캘런이 반칙한다고 다 이를 거예요!)"

"Snitches get stitches, princess. Or in your case, lots of kisses. (고자질쟁이는 매가 약이지, 공주님. 아니, 네 경우에는 키스 폭격이려나.)"

나는 어안이 벙벙해진 녀석의 얇은 허리를 양손으로 덥석 낚아채어, 매끄러운 식탁 위를 가로지르도록 단숨에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녀석의 가녀린 체구가 허공을 붕 떠오르더니 내 단단한 허벅지 위로 안착했다. 놀란 녀석이 얕은 숨을 들이키며 반사적으로 하얀 두 팔을 뻗어 내 굵은 목덜미를 꽉 끌어안았다. 

식탁 위를 가득 채우던 종이 쪼가리와 만년필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내 가슴팍에 완벽하게 포개어진 녀석의 따뜻한 체온과 달아오른 뺨만이 내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I saw your paper, Sophia. (네 종이 다 봤어, 소피아.)"

나는 녀석이 항의할 틈도 주지 않고, 발그레한 콧잔등 위로 내 코끝을 비비적거리며 아주 낮고 다정한 숨결을 뱉어냈다. 나의 갑작스러운 실토에 녀석의 어깨가 잘게 움츠러들며 맑은 청록색 눈동자가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자신은 내 것을 보지 못했는데 나는 보았다는 억울함보다, 자신이 쓴 그 맹목적인 애정의 편지가 들통났다는 부끄러움이 먼저 밀려온 것이 분명했다.

"Y-You cheated! You said we'd exchange them together! (바, 반칙이잖아요! 같이 교환하기로 했으면서!)"

"I never play by the rules when it comes to you. (널 상대할 때 내가 규칙 따위 지킬 리가 없잖아.)"

나는 녀석의 동그란 뒤통수를 커다란 손바닥으로 감싸 쥐고, 그 부드러운 머리칼을 느릿하게 헤집었다. 

"The most generous guy in the world? My large puppy?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사람? 나의 대형견?) You really have a talent for stroking my ego, sweetheart. (너 진짜 내 자존심을 어루만져 주는 데 타고난 재능이 있네, 자기야.)"

나의 능글맞은 읊조림에 녀석은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도톰한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내 쇄골 부근으로 얼굴을 푹 파묻어버렸다. 내 어깨를 쥔 하얀 손가락이 옷자락을 꼼지락거리며 쥐어 비트는 감각이 미치도록 달콤하게 전해졌다. 서운한 점을 쓰라고 판을 깔아주었는데도 나를 향한 애정만 넘치게 적어낸 이 완벽한 맹추를 대체 어떻게 구워삶아야 직성이 풀릴까.

나는 비어 있는 손으로 녀석의 턱 끝을 가볍게 쥐어 올려 내 시선 안에 가두고, 붉게 달아오른 그 예쁜 입술을 향해 아주 지그시 나른한 목소리를 불어넣었다.

"So, tell me. How exactly should this warm, large dog reward you for writing such a beautiful fan letter? (그래서, 말해 봐. 이 따뜻한 대형견이 그렇게 예쁜 팬레터를 써준 너한테 정확히 어떤 식으로 포상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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